'불가리스 사태' 남양유업이 결국 사모펀드에 팔렸습니다.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는 남양유업과 홍원식 전 회장 지분 51.68%를 비롯한 홍 전 회장 일가 지분 53.08%를 모두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27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매매 계약 인수가는 총 3107억원입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4일 ‘불가리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식들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며 남양 회장직을 사퇴했습니다. 그렇지만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있고, 또 홍 전 회장의 부인과 동생, 그리고 손자도 회사 지분을 각각 0.89%, 0.45%, 0.06%씩 가지고 있어 홍 전 회장 일가의 실질적 지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지분 매각을 통해 남양유업은 창업주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됐고, 고 홍두영 전 명예회장이 1964년 남양유업을 세운 지 57년만의 일입니다.
홍 전 회장 일가는 사내이사에서도 물러났다고 전해집니다. 남양유업 측은 지난 17일 “현 이사회 내 대주주 일가 2명(홍 전 회장 모친과 아들 홍진석 전 상무)은 등기이사에서 사임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이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가 있습니다. 특히 홍 전 상무는 불가리스 사태 이후 회삿돈으로 외제차를 빌려 타고 다닌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서 상무직까지 해임됐습니다.

한앤코는 이미 식품 회사를 인수해 운영한 바 있습니다. 2013년 유동성 위기를 겪는 웅진그룹으로부터 웅진식품을 약 950억원에 인수했고, 이후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5년만에 웅진식품 지분 약 74%를 대만 식품회사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매각했습니다. 또한 지난해엔 대한항공 기내식 및 기내 면세품 판매 사업을 약 9900억원에 인수했습니다.한앤코는 이번 남양유업에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효율화를 꾀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집행임원제도는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전문 업무 집행 임원을 구성하는 제도라고 합니다. 한앤코 관계자는 “적극적인 투자 그리고 경영 투명성 강화를 통하여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새로운 남양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양유업은 1990년대 말 IMF 금융위기에도 무차입 경영을 할 정도로 건실한 기업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매출 1조원을 돌파했지만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사건으로 ‘갑질 기업’ 낙인이 찍혀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 대상이 됐습니다. 그 후 2014년부터는 매일유업에 업계 1위 타이틀을 내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오너 일가는 각종 논란에 휩싸였고 또 홍 전 회장은 2003년 천안 공장 리베이트 의혹으로 구속됐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2018년엔 차명주식 보유 혐의로 벌금 1억원을 선고 받기도 하는 등 많은 이슈들이 꾸준히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불가리스 사태는 남양유업 이미지에 가장 큰 치명타가 됐습니다. 지난달 13일 남양유업 측은 한국의과학연구원이 주재한 심포지엄에서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에 신종 플루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예방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연구 발표자가 다름아닌 박종수 남양유업 중앙연구소장(상무)으로 드러나게되면서 직후 질병관리청은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반박했습니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남양유업은 현재까지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남양유업은 '매각'에 강수를 두면서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성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지 관심을 끕니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13일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효과가 있다'는 문제의 발표 이후 44일 만에 일입니다.
홍 전 회장은 매각 당일 임직원에게 사내 이메일을 통해 "최근 일련의 사태로 고통받는 남양유업 가족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기업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남양유업 직원이라고 당당히 밝힐 수 없는 현실이 최대 주주로서 마음이 너무나 무겁고 안타까웠다"고 적었습니다. 이어 "제 노력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오로지 내부 임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회사의 가치를 올려 예전같이 사랑받는 국민기업이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이를 위해 고심 끝에 마지막 자존심인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홍 전 회장 측이 이처럼 강수를 둔 것은 지난달 자신의 사퇴와 이달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연이은 쇄신책에도 불매 운동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았기 때문으로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이 같은 쇄신책이 연이어 발표됐을 때도 소비자들은 오너 일가가 여전히 회사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따가운 시선을 거둘수가 없었습니다.실제로 남양유업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 2천30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3%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138억원으로 발표가 났습니다. 올 1분기 경쟁사 매일유업과 빙그레 등이 모두 매출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이에 따라 남양유업 매각 소식에 소비자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오너가 때문에 백날 불매할 수는 없고, 대리점주만 불쌍했는데 잘 됐다"는 반응과. 반면 다른 누리꾼은 "회사 윗선만 바뀌는거 아닌가? 불매는 계속할 것"이라는 반응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오너가의 잇따른 경영 실책으로 회사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결국 매각까지 이르렀는데, 홍 전 회장을 비롯한 오너가는 3천억원대의 '돈방석'에 앉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금일 회사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오너 리스크 해소'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남양유업 주가는 급등했습니다. 남양유업 주가는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57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한앤코는 남양유업 인수를 마무리하는 대로 집행임원제도를 도입해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효율화에 매진할 전망이라고 밝혔으며, 집행임원제도는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업무를 처리하는 집행임원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제도로,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고 집행부의 책임 경영을 높이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정재연 세종공장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체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